미리설명충 : '1895' 는 홈지언들에게 대다난 의미를 가지는 숫자로, 특정연도를 가리킴 도일경이 첨으로 셜록을 죽이려고 시도했던 라이헨바흐폭포 사건이 포함된 단편집 'The Memoirs of Sherlock Holmes' 의 출간년도이며.. (대충 1895년이라고 하는데..정확한 연도는 아니고) 이 사건을 기리고자한 빈센트스타렛의 시를 통해 1895란 숫자는 '셜록은 단 한번도 실제로 살아있었던 적 없지만, 영원히 죽지도 않을것이다' 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음.
빈센트 스타렛이 쓴 '221B' 라는 노골적인 제목의 시 마지막 연을 참고 :
Here, though the world explode, these two survive, And it is always eighteen ninety-five
마팰 테이블을 만들면서 제일 먼저 설정한것이 마팰 속 공간들을 '층위'로 배치하는거였는데, 이유는 셜록이 마팰 속에서 끊임없이 수직적 하강의 이미지를 얘기하고있기 때문이야.
그리고 드라마 안에서도 우리는 마팰 안에서 깊은곳으로 내려가는 셜록의 이미지를 실제로 본 적이 있어.
이렇게 계단을 내려가 도착한 곳은 모리아티를 가둬놓은 방이었지. 모리아티는 셜록이 가장 깊숙한 곳에 가둬둔 셜록의 가장 큰 두려움, 광기, 쉽게 통제되지않아 쇠사슬로 묶어놓은 어떤 것이고.
셜록의 마팰을 수직적인 구조로 본다면, 표면에 가까울수록 의식에 가깝고, 더 깊숙히 내려갈수록 셜록의 무의식적인 근원에 가까워진다. 이걸 전제로 두고 마팰 테이블을 만들었다고 봐주면돼.
그렇다면 짚고 넘어갈것은, 왜 테이블에서 빅토리아 버젼을 현대속 마팰의 아래 층위로 배치해놨냐겠지. 이건 당연한 질문이기도 한데, ① 내내 빅토리아 마팰을 보여주며 더 깊숙히 들어가야한다고 말하다가 현대의 비행기안 마팰로 옮겨간다. ② 비행기 안 현대마팰1 로 돌아오기 전, 모리아티가 한 말은 'It's landing' 이었어. '착륙'은 하강 후 바닥에 착지하는 것이니까 랜딩 다음에 나오는 것이 바닥이 되어야한다. 이렇게 보면 당연히 빅마팰1 아래로 현마팰1을 배치해야겠지...
현마팰1을 가장 위로 설정해놓은 이유는, 첫째, 그게 현실 셜록의 공간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야. 나 포함 많은 게이들이 처음 빅토리안에서 비행기씬으로 옮겨왔을때 현실인지 마팰인지 헷갈려했잖아?
물론 아직도 이부분은 현실인지 마팰인지 자신있게 확정할 수 없더라. 그 이유는 '비행기 안에서 존의 태도가 현실과 가장 흡사하기때문에.' 인데. (caring/doctor/loyal 모드의 존) 셜페셜을 보면서 평소보다 까칠하고, 삐딱하고, 고집스럽고 날선말을 내뱉는 빅토리아/묘지 부분의 존과, 처음 비행기안에서 깨어났을때 존의 태도가 상당히 차이가 나는게 의아했어.. 단순히 시대적 태도를 넘어선 기본 스탠스의 차이라고 해야할까.
그렇지만 현마팰2와 현마팰1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메리의 해킹실력이 실제인지 아직 밝혀지지않았으므로, 우선은 비행기안을 현마팰1로 설정하고 현실에 가장 가까운 존을 보여주기에 가장 상위로 설정한거야.
두번째는, 뭐 빅마팰2 에서 마횽과 얘기할때 마횽이 너는 이미 니가 여태까지 가려던 곳보다 더 깊숙히 들어와있다고 얘기를 해주거든. 이 문장으로부터 추측한게, 빅토리안 마팰은 셜록이 인지하는 것보다 더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마팰로의 여행은 이미 셜록의 통제를 벗어나있다.
그렇다면 셜록은 과연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마팰 깊은 곳에서 헤매고 있는걸까? 단순히 1895년에 일어났던 비슷한 케이스를 추적해 다시 돌아온 모리아티의 정체를 밝히기위해서?
셜록의 이성은 그렇다고 우기고 있지만 아니, 언제나 옳은 말만 하는 존의 입을 빌려 대신 말해주듯이, 스스로를 고쳐야한다는걸 무의식적으로 알고있기때문이야.
303에서 모리아티의 재등장은 셜록의 마팰을 흔들 정도로 위협적인 것이었어. 셜록이 사랑을 화학적 반응으로 이해했듯이, 죽음도 의학적으로 이해할수있겠지만, 모리아티는 그 이성적 이해를 넘어 끈질기게 쫓아오는 유령이야. 왜냐하면 모리아티는 셜록이 닫아두려 애쓰는 감정들을 이용하고있기 때문이지.
소중한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소중한 사람이 나를 언제든지 떠나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자신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조금만 더 강했다면, 조금만 더 똑똑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불신.
모리아티는 셜록 스스로가 키워놓은 바이러스야.
곳곳에 퍼져 셜록의 의지로 통제할수없고, 결정적인 순간에 훼방을 놓으며 결국 셜록을 나락으로 끌고들어가는 어두운 감정이지.
그럼 셜록은 어쩌다 이지경까지 오게 된거지? 그걸 이해하기 위해선 아주 중요한 장면을 돌아봐야해. 마팰존이 둘 밖에 없는 은밀한 공간에서 사적인 질문으로 셜록을 몰아붙이는 장면이야.
여기서 마팰존은 굉장히 중요한 질문을 하는데, 셜록에게 왜 꼭 혼자로 남아있으려고 하냐, 누가 널 이렇게 만들었냐고? 물어봐.
셜록이 날 이렇게 만든건 나라고 대답하자 어디선가 개짖는 소리가 들리고, 셜록이 갑자기 'Redbeard?' 라고 중얼거리는데...
'레드비어드'가 이 의미심장한 순간에 언급될 수 밖에 없었다면, 이게 바로 셜록이 '혼자여야만 하는 이유', 그러니까 이 불편한 대화의 목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겠지.
마횽이 처음 레드비어드를 언급했을때,
셜록에게 (존에게) 관여되지말라고 경고하며 꺼낸 단어였던걸 기억해?
그리고 303을 본 이후 우리는 레드비어드의 정체가 셜록이 어린 시절 키우던 개의 이름이라는 걸 알아.
마횽이 쇼크 상태에 빠지지 않게 널 진정시킬수있는 기억을 찾아가보라고했을때 레드비어드가 나왔으니, 셜록은 레드비어드에게 큰 애착을 갖고있었다고 유추가 가능하고, 대사로 보아 어떤 이유로 레드비어드는 셜록으로부터 떼어내져 죽임을 당했고, 그때의 감정이 아직도 셜록의 안에 진하게 각인되어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지.
레드비어드에게 감정적으로 너무 깊게 관여되어있었기때문에 그 후에 찾아온 소중한 것을 잃은 상실감, 혼자 남겨지는것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더 고통스러웠다면, 그런 경험에 대한 키워드가 레드비어드라고 한다면,
셜록은 레드비어드 이후로 누구에게도 감정적으로 의지하지 않도록, 자신의 짐이 되는 유약한 감정이 더이상 자신을 무너뜨릴수없도록 스스로 고기능 소시오패스를 자처하며 살아오게 된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
혼자인 것이 날 보호해준다. 이건 존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셜록 스스로에게 되뇌는 것으로 볼수도있어. '혼자' 인것은 셜록의 방패니까. 가장 효율적이고 계산적이고 차가워야만 자신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본인 의지와는 다르게 셜록은 이미 존에게 감정적으로 깊게 관여되어있어.
스스로를 보호하기위해 잠언처럼 삼았던 'Alone'은 결국 되돌아와 셜록의 발을 붙잡아. 셜록의 격렬한 거부반응에도 불구하고 존이 끝까지 셜록을 밀어붙인 이유인거야.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낭떠러지인거지.
셜록은 모리아티의 정체 파악에 집착해 빅토리안 마팰까지 뛰어들었지만, 사실 모리아티의 정체는 중요한게 아니었어. 모리아티는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낸 유령이니까. 왜 지울수 없었는지를 깨달아야하지.
왜 너는 혼자여야만 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결국에 떠올리게 되는 폭포씬이야말로 셜록의 fix-it 포인트라고 생각해.
자기가 따돌리지 않는다면 존은 언제나 곁에서 함께 싸울거란 것. 바츠 옥상에서도 존은 얼마든지 자신과 함께 했을거라는 것. 수영장에서 망설이지않고 자신과 함께 죽는것까지 결심했었던 존이라는 것...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옆에 나타나 준 존에 의해 모리아티는 혼자 폭포 아래로 곤두박질 쳤고, 셜록은 다시 자신의 뜻으로 마팰을 벗어날수있는,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거야.
그 이후 마지막에 보여주는 또 하나의 빅토리안 장면은 그래서 더 특별해져.
이 평온한 221B 안에서는, 허드슨, 메리, 의뢰인, 형 다른 누군가는 존재하지 않은채 둘만이 마주앉아서 존은 셜록에 경애의 시선을 담아 글을 써줄것이고, 셜록은 (현실에서는 존의 블로그에 대해 깎아내리는 말을 서슴치않았던 그 셜록은) 자신에 대해 존이 쓴 글을 향한 애정을 아끼지 않고 그 스스로 열렬한 독자가 되어있어.
이 공간은 셜록이 자신을 위해 마련해놓은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끝나는 동화인거야. 현실에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셜록이 박제해놓은 이 순간, 1895년, 모리아티는 나가 떨어지고 '언제나 둘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1895년, 이 상징적인 시간으로 언제든지 찾아갈수있게끔 .
이 안에서는 존은 셜록과 221b를 떠나지 않고, 둘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아. 셜록에게 무한한 신뢰와 존중 말고는 아무 대가를 바라지않고 그저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뜻이 맞는 유일한 친구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공간. 현대의 베이커스트릿 안에 비밀스럽게, 영원히 존재하고있을 공간.
마지막으로 보여준 현대 베이커스트릿 안의 빅토리안 풍경은 모티스가 홈지언에게 선물한 "It's always 1895" 의 비비씨 버젼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