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한 고음들이 매곡마다 있어서 마지막 공연때쯤엔 배우들 목이 다 나갈거 같다는 생각이 들지경~
▷ 감정소모
보는 나도 너무 슬프고 힘들던데 배우들은 연기하다가 쓰러질 거 같다.
이번 일요일에는 (스케줄상) 박은태 배우가 낮공 밤공에서 괴물역을 했는데..괜찮을까 싶다.
(토요일에는 한지상 배우가 낮공 밤공 연달아 괴물역을 소화했다.)
괴물역을 연달아 2번을 하는 건 배우에게 넘 잔인하다.ㅠㅠ
▷ 빅터도 앙리도 괴물도 모두 이해가 간다.
2막의 괴물을 보면....저절로 괴물에게 감정이입이...
불쌍한 괴물...ㅠㅠ
세상에서 인간이 제일 잔인하고 제일 무섭다.
누군가...단 한명이라도 괴물에게 사랑을 베풀었다면...괴물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ㅠㅠ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전쟁터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게 된다. 빅터의 확고한 신념에 감명받은 앙리는 그의 실험에 동참하지만 종전으로 연구실은 폐쇄된다. 제네바로 돌아온 빅터와 앙리는 연구실을 프랑켄슈타인 성으로 옮겨 생명 창조 실험을 계속해 나가는데,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일어나고 피조물이 창조되지만 홀연 사라지고 만다. 3년 후, 줄리아와의 결혼을 앞둔 빅터 앞에 괴물이 되어버린 피조물이 나타나는데…… (출처 클릭)
(*엄청난 스포 포함)
◈ 1막 빅터의 1막
빅터가 어릴 때 흑사병에 걸려 죽은 엄마를 살리겠다며 엄마의 시체를 가져다 침대에 눕히고
하녀는 시체가 돌아 온 것을 보고 마녀라고 소리치고 마을에는 빅터의 엄마가 마녀라고 소문이 난다.
빅터는 엄마를 살리겠다며 시체를 계속 닦는다.
그러다 성에서 불이나고 아버지가 빅터를 구하고 죽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녀의 어머니가 마녀였다고 얘기한다.
그런 상처를 가지고 있던 빅터는 시체를 살려 군인으로 쓰려는 실험에 투입되고 전쟁터에서 앙리를 만난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실험은 중지된다.
빅터와 앙리는 빅터의 고향으로 돌아와 실험을 계속하지만 죽은 시체(머리)를 구할 수가 없어
빅터는 좌절한다.
그때 장의사가 시체의 머리를 구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 장의사는 돈에 눈이 멀어 빅터의 사촌을 죽여 그 머리를 들고 나타났다.
빅터는 화가나 장의사를 죽이고 앙리가 그 죄를 뒤집어 쓰고 교수형에 처해진다.
빅터는 앙리의 머리를 들고 실험에 돌입하고...
새로운 창조물을 창조한다.
하지만 그 창조물(괴물)은 깨어나자마자 빅터의 집사를 죽이고
빅터는 괴물을 죽이려고 목을 조른다.
괴물은 도망간다.
1막은 생명창조 꿈을 향한 빅터의 열정 그리고 과정 결과를 보여준다.
그 과정중에 만난 친구 앙리...
앙리는 빅터대신 죽기로 하면서 '너의 꿈 속에서'를 부르는데 앙리의 마음이 느껴져서 참 슬펐다.
빅터의 꿈을 응원하고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함께 꿈꿀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죽어도 괜찮다며
교수대로 향하는데..ㅠㅠ
그리고...앙리가 죽고...
빅터가 앙리를 살리기 위해 실험을 하며 부르는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넘버에서
빅터의 모든 신념과 열정과 광기가 발산된다.
1막의 최대 하일라이트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이 노래가 끝나고 엄청난 박수가 나왔다.
이건명 빅터(건빅터)의 연기와 노래가 정말 좋았다.
프레스콜한다면 이 장면은 건빅터가 꼭 해주길~ㅎㅎㅎ
◈ 2막 괴물의 2막
빅터를 피해 숲으로 달아나면서 알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된 괴물.
곰에게 위협을 당하던 까뜨린느를 살려준다.
그 때 격투장의 여주인 에바에게 괴물은 사로잡혀 격투장으로 끌려가서 격투를 하게 된다.
하지만 괴물은 상대 격투선수를 죽이지 않고 그러자 사람들이 흥미를 잃고 손님이 점점 줄어든다.
에바에게 돈을 빌려준 페르난도는 에바를 찾아와 자신의 격투사와 에바의 격투사가 싸워서
에바가 이기면 이자를 3개월 연장시켜 준다고 한다.
에바 남편 쟈크에게 괴물을 제대로 관리하라고 하고
쟈크는 괴물을 인두로 고문하고 막대기로 때리면서 괴물에게 제대로 하라고 한다.
까뜨린느는 자신을 살려준 괴물에게 다가가 괴물의 상처를 닦아준다.
괴물은 까뜨린느에게 자신이 무섭지 않냐고 묻고 까뜨린느는 사람이 아니라서 무섭지 않다고 한다.
까뜨린느는 북극에는 인간이 없다며 그곳에 가고 싶다고 하고
괴물과 까뜨린느는 자유를 꿈꾸며 북극에 가는 상상을 한다.
에바(여주인)는 그 장면을 보고 까뜨린느가 자유를 꿈꾼 죄로 벌을 내린다.
까뜨린는 다른 격투선수들에 의해 집단 ㄱㄱ을 당하고 그럼에도 살아서 여기를 벗어나고 싶다고 한다.
그때 페르난도가 까뜨린느에게 대결을 앞둔 괴물에게 약을 먹이면 자유를 주겠다고 한다.
까뜨린느는 자신이 살기 위해 괴물에게 약을 먹이고
괴물은 격투싸움에서 져서 버려진다.
그리고 스스로 다시 살아나 자신을 창조한 창조주(빅터)에게 복수를 하러 간다.
괴물은 빅터의 주변 인물들을 한명한명씩 죽이고 빅터에게 자신에게 복수하고 싶다면 북극의 가장높은 곳으로 찾아 오라고 한다.
빅터를 괴물을 찾아가다가 쓰러지고 괴물은 빅터를 안아 올리려고 하는순간 빅터가 괴물을 칼을 찌르려고 한다.
둘의 몸싸움이 일어나고 괴물은 칼로 빅터의 다리를 찌른다.
빅터를 총을 뽑고 몸싸움이 격하게 일어나 빅터가 총을 놓친다.
괴물은 빅터의 총을 들어 빅터의 손에 쥐어주고
빅터는 괴물에게 총을 쏜다.
괴물은 빅터에게 이제 너 혼자밖에 남지 않았다며..혼자 남는 고통을 느껴보라며..이것이 자신의 복수였다고 말한다.
빅터는..괴물을 끌어안고 얼어 죽는다.
괴물의 처절했던 삶은 괴물이 창조주(빅터)를 향한 복수가 이해가 된다.
처음 창조되었을 때...빅터가 괴물을 조금만 이해해줬더라도...
까뜨린느마저 괴물을 배신하고
거반 죽은채 버려진 후 '나는 괴물'을 부르는데...
와..진짜...박은태 괴물(은괴물)은...정말...너무 슬펐다. ㅠㅠㅠㅠㅠㅠ
괴물의 절망 슬픔 분노 절규가 모두 표현되는 넘버였다.
괴물의 절규하는 소리에 고통과 절망이 느껴졌다.
마지막에 "...꿈꾸었네 누군가 날 안아주는 꿈, 포근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잠드는 나. 그 꿈속에 살 순 없었나."라고 하는데
폭풍 오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장면이 격투장에서 죽다싶이 해서 버려진 후 눈물 흘리며 '나는 괴물'을 부르는 첫장면...ㅠㅠㅠㅠㅠ)
(웹싸이트 펌)
그 후로...은괴물이 노래만 불러도 내눈에서 눈물이...ㅠㅠ
은괴물이 '상처'라는 넘버에서 말하듯
빅터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새로운 창조물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사랑하고 그 후 어떻게 죽을 것인지...
한 생명을 사랑으로 키울 때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
괴물이 사랑 받았더라면...ㅠㅠ
▷ 마지막 장면
북극에서 쓰러져 있는 빅터를 안는 괴물은 그 때만큼은 빅터를 헤치는게 아니라 살리려고 했었을 거다.
그런데..빅터는 그 때 칼로 괴물을 찌른다.
괴물은 마지막까지 인간에게 또한 자신을 창조한 창조주에게 배신을 당하는 것이다.
만약 그 때 빅터가 괴물을 헤치지 않았더라면...
괴물과 빅터의 결말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괴물은 빅터에게 자신처럼 혼자있는 기분을 느껴보라는며 이게 진짜 보복이라고 했지만
괴물은 창조주(빅터)의 손에 죽는 것 그것이 바로 괴물이 원했던 거란 생각이 든다.
시작을 창조주가 했으니 이 모든 비극을 창조주가 끝내도록..
그리고 빅터는 그런 괴물을 끌어 안고 서서히 죽는데
스스로 자살을 하지 않는 건
죽음을 향해 가며 자신이 잘못한 모든 죄에 대해 참회하며 그 대가를 받으며 죽어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건명 빅터
아토스때부터 연기 감정도 노래도 좋아서 늘 챙겨보는 배우인데 역시 참 좋았다.
이번에 주연을 맡게 되어 내가 기쁘고~ㅎㅎㅎ
◈ 박은태 괴물
은태배우는 지크슈나 엘리자벳때도 봤지만 참 잘하는 배우다.
그런데..이번 괴물역은..정말 최고다!!!
인생캐(릭터)가 이런걸 두고 말하는 거 같다.
괴물의 슬픔과 분노 좌절을 너무 잘 표현했다.
모차르트 한다는 얘기가 있던데..꼭 보러갈게요~~ㅠㅠ
그전에 5월까지 프랑켄슈타인 출연이던데...쓰러지지 않기를...ㄷㄷㄷ
◈ 이유청 댄서
노트르담 드 파리때 눈에 띄던 댄서인데 프랑켄에서 봐서 반가웠다. ㅎㅎ
◈ 140316 낮공 커튼콜
커튼콜 때 등장하는 은괴물만 봐도 눙무리...ㅠㅠ
커튼콜 때라 은괴물과 건빅터가 서로 마주 보다가 안아주는 모습에 울컥했다..
은괴물이 폴~짝 뛰어서 건빅터랑 서로 껴앉는데...엉엉~~ㅠㅠㅠㅠㅠㅠ
(연뮤갤펌)
그리고 뒤에 배경이 바로..빅터의 성이다.
빅터와 앙리가 함께 꿈꾸던 그 성..
커튼콜이지만 건빅터와 은앙리의 꿈대로 건빅터와 은괴물은 서로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 같다..ㅠㅠ
은앙리의 꿈이 건빅터의 꿈이..그리고 은괴물의 꿈이 모두 이루어지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삼카데이라 건명배우와 은태배우의 짤막한 멘트가 있었다.
건명배우~ㅋㅋㅋ 무심코 쓰는 카드가 이런 행복을 줄주는 꿈에도 몰랐다며~ㅋㅋㅋ
마지막에 건빅터와 은괴물...ㅋㅋㅋㅋㅋㅋ
은태배우가 건명배우의 머리를 잡고 맞대더니,
앙드레김 패션쇼의 마지막 피날레 장면 머리 맞대고 고개 돌리는 장면을 연출했다~ㅋㅋㅋ
그리고선 손으로 V
영상은...조명때문에..하얗게..ㅠㅠ
1열에서 촬영한 컷콜...
유툽펌
(연뮤갤펌)
◈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배우 인터뷰
와...많은 고민을 했구나...
은태배우가 해석한 앙리와 괴물의 감정들을 무대에서 그대로 느꼈었는데...
관객들에게 자신이 해석한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다니~~오~오~~
인터뷰중 프랑켄슈타인, 까뜨린느와 괴물과의 관계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 극중 '앙리'와 '괴물' 1인 2역을 맡았다. 앙리를 연기할 때는 어떤 점에 신경을 쓰나.
사실 예전에는 메소드적인 것에 치중했다. 예를 들어 1인 2역이 나오는 <지킬 앤 하이드>에서는 (두 인물 간) 분명한 차이가 있지 않나. 목소리 톤도 바꿔야 하고, 연기 톤도 바꿔야 하고. 그런데 연출님이 이번에는 그걸 깨보자고, 똑같이 가보자고 하셨다. 앙리만의 행동특성, 괴물만의 행동특성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앙리 안에 있는 인물이 앙리가 아닌 거다. 일부러 괴물을 연기하기 위해 외향적인 표현에 치중하는 것보다 괴물이 가진 슬픔, 안에서 느껴지는 것에 더 집중해보자는 방향으로 갔다. 굳이 목소리를 바꾼다든지 하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대신 안에 있는 감정에 대해 고민을 하다 보니 더 깊은 느낌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다행히 연출님도 좋은 반응을 해주셨고, 객석에 있는 분들도 그렇게 봐주신 것 같다.
- 앙리는 프랑켄슈타인을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을 만큼 그에게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
그가 프랑켄슈타인에게 그렇게 끌렸던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분명 동성애적인 코드는 있었을 것 같다. 그게 없다면 사실 내겐 설득력이 잘 안 생기더라. 그런데 굳이 꼭 사랑의 개념은 아니다. 대사 중에도 나오지만, (안)유진 누나가 이야기해준 건데,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베르세르크>라는 게 있다. 두 남자주인공이 있는데 한 명은 악한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선한 인물이다. 악한 캐릭터는 용병대장인데, 세상을 다 자기 밑에 둔, 모든 사람에게 촉망 받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한 남자를 만나 매력을 느껴서 그를 자기 부하로 두고 친구처럼 지낸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친구가 떠난다고 하자 "넌 내 거야. 넌 떠날 수 없어"라고 한다. 소유욕, 사랑을 넘어선 존재에 대한 집착 같은 거다. (앙리도) 비슷할 것 같다. 서로 육체적인 사랑을 느끼는 것을 떠나 꼭 옆에 있어야 하는, '베프'나 소울메이트 혹은 그보다 더 집착이 강한 존재. 앙리는 부모도 형제도 없이 태어나 전쟁터까지 갔던, 여러 가지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라면 자기를 인정해주고 동질감이 드는 사람에 대해 강한 영혼의 끈 같은 것을 느꼈을 것 같다. 사랑도 있고, 우정도 있고, 집착과 소유욕도 있는 관계. 그런 여러 가지 감정을 갖고 연기를 한다.
- 괴물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이해했나.
아기가 태어나면 우는 아기를 달래주려고 모든 사람들이 오지 않나. 강아지도 태어나자마자 어미가 핥아주고. 특별한 종을 제외하면 모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때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쳤다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따스하게 품어주는 행동을 한다. 그런데 괴물은 태어나자마자 처음 겪은 것이 룽게에게 맞은 것이다. 자기를 만들어놓은 사람이 자신에게 총을 쏘고, 그 후로도 계속 채찍질을 당하고 싸움을 하고 손가락질 당하며 갖은 핍박을 다 당한다. "태어나 처음 맡아본 것도 피냄새, 처음 맛본 것도 피"라는 가사를 곱씹어보면 정말 슬프다. 만약 내 자식이 그런 상황이었다면, 하고 생각하니까 감정이입이 됐다.
그 와중에 만나는 '까뜨린느'라는 여자가 괴물에게는 엄청 중요한 존재다. 처음 자신을 향해 웃어주고 몸을 닦아주고 따스하게 바라보며 손을 잡아주는 사람. 그게 괴물에게는 큰 충격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그 장면에서 까뜨린느를 엄마라고 생각해봤다. 사실 괴물은 '엄마'가 어떤 존재인지도 잘 모르지만, 내가 그렇게 기대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래서 까뜨린느와 이중창을 부르는 그 장면이 가장 슬프다. 처음 그 장면을 연습할 때 눈물이 너무 많이 흘러서 주체가 안 됐다.
'난 괴물'을 부르고 못 일어나서 다 같이 연습을 중단했다. 막상 그런 감정이 나올 줄은 나도 몰랐던 거다. 주체가 안 되더라.
-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감정은.
마지막에 괴물은 아버지를 보러 간 거라고 생각했다. 복수의 목적은 내가 당하는 고통을 창조자인 당신도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 날 만들어 놓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당신에게 이 고통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겠지만, 그래도 괴물은 "어서 와, 힘들었지"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을까. 괴물은 세 살이다. 3년 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었는데, 그걸 프랑켄슈타인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을 것 같다. "진짜 미안하다, 어떻게 해줄까"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울면서 터놓고 이야기했으면 풀 수도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자면 말이다.
그런데 결국 괴물은 "왜 돌아왔냐"는 말을 듣는다. 처음 연습하며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슴에 비수로 꽂히더라. 너무 아팠다. 뒤집어 질 것 같았다. "그래 알았어" 하는 (복수심이) 생기더라. 그러고 나니 뒷부분이 다 풀렸다. 연출님께 정말 고마운 건 그런 걸 다 계산해서 대사를 써주셨다는 거다. 그래서 연기하기는 무척 힘들었지만 (캐릭터를)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열쇠를 하나 찾으니까 그 뒤까지 툭툭툭 다 풀렸다.
- 프리뷰 첫 공연 소감은 어땠나.
많이 벅찼다.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작품을 믿긴 했지만, 그래도 객석에 있는 분들께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배우들끼리도 찬반이 많았고, 다 같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더욱 울컥했던 것 같다. (류)정한 형도 (유)준상 형이 아픈 바람에 그날 대신 무대에 오르면서 걱정을 많이 했고. 그런데 공연을 무사히 무대에 잘 올려서 오랜만에 무대에서 벅차올랐던 것 같다. 난 무대에서 눈물을 흘린 적이 별로 없는데, 그날은 커튼콜 때 울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 연습할 때도 많이 울었다고 들었다.
괴물이 불쌍해서 많이 울었다. 왕용범 연출님과 이성준 음악감독님이 작품을 잘 만들어주시고 잘 끌어주셔서 그 상황들에 집중하면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연출님이 "(괴물은) 3년을 살았지만 마지막에는 미소 지으면서 죽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괴물은 단순히 자신에게 고통을 준 사람에게 복수하기보다는 자신이 느낀 것을 그도 느끼게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컸던 것 같다. 어찌 생각해보면 그 3년이라는 시간이 되게 슬프다. 그래서 많이 울었다.
연습하면서도 집중을 잘 안 했다. 처음에 그렇게 많이 울고 나서는 (집중을) 잘 못하겠더라. 연출님도 그러셨다. 너무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 느낌이 뭔지만 알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난 뒤에 객석에 있는 분들께 그 느낌을 전달해보자고. 그러다가 오랜만에 (공연에서) 진심으로 몰입을 했더니 그 여운이 계속 가시지 않더라. 다행히 객석에 있는 관객들도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 좋다. 좋은데 힘들다.
- 체력 소모가 클 것 같다.
드레스리허설과 공연까지 두 번을 했는데 2kg이 빠져 있더라. 원래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었는데, 몸무게가 확 빠져서 다이어트를 계속 하면 큰일나겠다 싶었다. 그만큼 이제까지 했던 작품 중에서 가장 에너지 소모가 큰 것 같다.
- 극중 '앙리'와 '괴물' 1인 2역을 맡았다. 앙리를 연기할 때는 어떤 점에 신경을 쓰나.
사실 예전에는 메소드적인 것에 치중했다. 예를 들어 1인 2역이 나오는 <지킬 앤 하이드>에서는 (두 인물 간) 분명한 차이가 있지 않나. 목소리 톤도 바꿔야 하고, 연기 톤도 바꿔야 하고. 그런데 연출님이 이번에는 그걸 깨보자고, 똑같이 가보자고 하셨다. 앙리만의 행동특성, 괴물만의 행동특성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앙리 안에 있는 인물이 앙리가 아닌 거다. 일부러 괴물을 연기하기 위해 외향적인 표현에 치중하는 것보다 괴물이 가진 슬픔, 안에서 느껴지는 것에 더 집중해보자는 방향으로 갔다. 굳이 목소리를 바꾼다든지 하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대신 안에 있는 감정에 대해 고민을 하다 보니 더 깊은 느낌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다행히 연출님도 좋은 반응을 해주셨고, 객석에 있는 분들도 그렇게 봐주신 것 같다.
- 앙리는 프랑켄슈타인을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을 만큼 그에게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
그가 프랑켄슈타인에게 그렇게 끌렸던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분명 동성애적인 코드는 있었을 것 같다. 그게 없다면 사실 내겐 설득력이 잘 안 생기더라. 그런데 굳이 꼭 사랑의 개념은 아니다. 대사 중에도 나오지만, (안)유진 누나가 이야기해준 건데,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베르세르크>라는 게 있다. 두 남자주인공이 있는데 한 명은 악한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선한 인물이다. 악한 캐릭터는 용병대장인데, 세상을 다 자기 밑에 둔, 모든 사람에게 촉망 받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한 남자를 만나 매력을 느껴서 그를 자기 부하로 두고 친구처럼 지낸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친구가 떠난다고 하자 "넌 내 거야. 넌 떠날 수 없어"라고 한다. 소유욕, 사랑을 넘어선 존재에 대한 집착 같은 거다. (앙리도) 비슷할 것 같다. 서로 육체적인 사랑을 느끼는 것을 떠나 꼭 옆에 있어야 하는, '베프'나 소울메이트 혹은 그보다 더 집착이 강한 존재. 앙리는 부모도 형제도 없이 태어나 전쟁터까지 갔던, 여러 가지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라면 자기를 인정해주고 동질감이 드는 사람에 대해 강한 영혼의 끈 같은 것을 느꼈을 것 같다. 사랑도 있고, 우정도 있고, 집착과 소유욕도 있는 관계. 그런 여러 가지 감정을 갖고 연기를 한다.
- 괴물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이해했나.
아기가 태어나면 우는 아기를 달래주려고 모든 사람들이 오지 않나. 강아지도 태어나자마자 어미가 핥아주고. 특별한 종을 제외하면 모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때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쳤다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따스하게 품어주는 행동을 한다. 그런데 괴물은 태어나자마자 처음 겪은 것이 룽게에게 맞은 것이다. 자기를 만들어놓은 사람이 자신에게 총을 쏘고, 그 후로도 계속 채찍질을 당하고 싸움을 하고 손가락질 당하며 갖은 핍박을 다 당한다. "태어나 처음 맡아본 것도 피냄새, 처음 맛본 것도 피"라는 가사를 곱씹어보면 정말 슬프다. 만약 내 자식이 그런 상황이었다면, 하고 생각하니까 감정이입이 됐다.
그 와중에 만나는 '까뜨린느'라는 여자가 괴물에게는 엄청 중요한 존재다. 처음 자신을 향해 웃어주고 몸을 닦아주고 따스하게 바라보며 손을 잡아주는 사람. 그게 괴물에게는 큰 충격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그 장면에서 까뜨린느를 엄마라고 생각해봤다. 사실 괴물은 '엄마'가 어떤 존재인지도 잘 모르지만, 내가 그렇게 기대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래서 까뜨린느와 이중창을 부르는 그 장면이 가장 슬프다. 처음 그 장면을 연습할 때 눈물이 너무 많이 흘러서 주체가 안 됐다. '난 괴물'을 부르고 못 일어나서 다 같이 연습을 중단했다. 막상 그런 감정이 나올 줄은 나도 몰랐던 거다. 주체가 안 되더라.
-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감정은.
마지막에 괴물은 아버지를 보러 간 거라고 생각했다. 복수의 목적은 내가 당하는 고통을 창조자인 당신도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 날 만들어 놓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당신에게 이 고통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겠지만, 그래도 괴물은 "어서 와, 힘들었지"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을까. 괴물은 세 살이다. 3년 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었는데, 그걸 프랑켄슈타인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을 것 같다. "진짜 미안하다, 어떻게 해줄까"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울면서 터놓고 이야기했으면 풀 수도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자면 말이다.
그런데 결국 괴물은 "왜 돌아왔냐"는 말을 듣는다. 처음 연습하며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슴에 비수로 꽂히더라. 너무 아팠다. 뒤집어 질 것 같았다. "그래 알았어" 하는 (복수심이) 생기더라. 그러고 나니 뒷부분이 다 풀렸다. 연출님께 정말 고마운 건 그런 걸 다 계산해서 대사를 써주셨다는 거다. 그래서 연기하기는 무척 힘들었지만 (캐릭터를)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열쇠를 하나 찾으니까 그 뒤까지 툭툭툭 다 풀렸다.
- 그런 감정을 느끼며 연기하는 것이 너무 힘들 것 같다.
무대에서 거의 죽을 만큼 에너지를 다 쏟으니까 5월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는 한다(웃음). 그래도 하는 데까진 해봐야지. 목표는 프리뷰 공연만큼의 에너지를 끝까지 계속 갖고 가는 거다. 근데 다음 번에 다시 <프랑켄슈타인>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솔직히 겁난다. 너무 힘들어서.
오늘도 공연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힘들어 죽겠다(웃음). 공연을 올리기 전에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이 작품을 보시는 분들이 두 부류로 갈릴 것 같다고. 작품이 너무 좋아서 여러 번 보시는 분들과, 너무 힘들어서 한 번만 보시는 분들로. 뒷부분까지 감정이 너무 몰아치니까.
- 공연이 끝나면 감정을 어떻게 추스리나.
사실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냥 멍하니 있다. 첫 공연이 끝나고 나와서 관객 분들께 사인을 해드리는데 정신이 약간 몽롱하더라. 약 맞은 것처럼. 팬클럽 운영진이 오셨는데 이름이 기억 안 나서 너무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랑켄슈타인도 정말 힘든 역이다. 왕용범 연출님과 이성준 음악감독님이 배우들을 죽이려고 작정하신 것 같다(웃음). 그래도 해봐야지. 부딪혀 봐야지.
- 이번 작품을 연습하면서 배우로서 배운 것들이 있다면.
특별히 한 가지를 배운다기보다 조금씩 뭔가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캐릭터) 안에 있는 것을 더 생각하게 된다. 겉으로 표현되는 방법에 대해서보다 이 인물이 지금 무엇을 느끼는지를 더 파고들게 된다. 그 두 가지의 균형이 좀 더 맞춰지는 느낌이랄까. 물론 표현방법이나 음악적 테크닉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이 작품은 특히 (인물) 안의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 안의 영혼이 없어지면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난 괴물'을 테크닉으로 부를 수는 없지 않나. 그러면 관객 분들도 단번에 아실 거다. 그냥 느끼고 상상하면서 노래하면 눈물이 너무 흘러서 노래를 못할 정도가 되는데, 그 두 가지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깊이가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재미있다. 하루하루 스스로 뿌듯하다. 아, 오늘도 벽돌을 하나 쌓았구나 싶고. 언젠가 더 많은 벽돌을 쌓고 나면 남경읍, 남경주, 이희정 선생님처럼 내공이 있는 배우가 되겠지. 그 때까지 하나하나 밟아가야지.
- 혹시 괴물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지저스가 맞닿는 지점도 있나.
많이 맞닿는다. '난 괴물'과 '겟세마네'가 모두 똑같이 창조주에게 이야기하는 노래지 않나. 그런데 차이점은 '겟세마네'에서는 신에게 "이 독잔을 거둬달라"고 노래하다가 결국에는 독잔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마음을 정리한다는 거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공포나 고통은 있지만 마음은 힘들지 않다. 신념이 있으니까. 하지만 '난 괴물'에서는 도대체 나를 왜 만들었느냐, 당신을 죽여버리겠다는 분노를 끝까지 갖고 간다. 그래서 감정 면에서 더 힘든 것 같다. 신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그 신을 파괴해버리겠다고 하는 차이에서 방향이 달라지는 거다.
사실 이번에 괴물을 연기하면서 '겟세마네'를 부르는 예수의 느낌이 안 나오기를 바랬다. 나를 '겟세마네'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그렇게 안 나왔다면 성공한 거다. 근데 그것을 어떤 표현방법에 차이를 뒀다기보다 그냥 그런 '마음'이 돼서 연기를 했다. 진심으로 연기하면 통한다는 것을 점점 더 느끼게 된다. 특히 와이프를 만나고 나서 와이프가 그런 것을 많이 깨닫게 해줬다. 그 전에는 표현방법에 더 집착했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이지나 선생님을 만나면서 인물 내면의 것들을 더 알게 됐고, 이번에는 그걸 집중적으로 더 생각해봤는데 왕용범 연출님도 잘 도와주셨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작품이 돼버려서 그게 좀 곤란하긴 한데(웃음) 그림은 잘 그려놓은 것 같다. 매번 똑같은 색으로 그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내 숙제다.
- <엘리자벳>을 하고 나서 5개월간 휴식기를 가졌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
가족들과 집에 많이 있었다. 5년 동안 배우로서 일하면서 연애할 때도 와이프와 시간을 많이 못 보냈고, 결혼하고 나서 신혼여행도 못 가서 너무 미안했다. 쉬는 동안 아기도 봐주고, 집에서 가족들과 같이 지지고 볶으면서 배우로서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다시 얻었다. 뜻깊었던 시간이다.
- 왜 뮤지컬 배우가 됐는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는데.
우선 내가 뮤지컬 배우를 하는 이유는 내 가족과 팬 분들, 그리고 내 성취감 세 가지 같다. 가족은 당연히 내가 존재하는 이유다. 무대에 서는 것을 단순히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리고 나 또한 일에서 스스로 만족하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원동력이 생기고. 돈을 벌거나 인기를 얻는 것을 떠나서. 그리고 팬 분들. 나를 끝까지 믿어준 분들이 팬클럽 분들이다. 참 많이 고맙다. 내가 공연할 때 객석이 텅텅 빌 때도 많았는데, 그럴 때도 팬 분들이 있었다. 쉴 때도 나를 많이 기다려 주셨고, 언제든 응원해주셨고. 너무 고마웠다. 무대 위에서 단 한 분이라도 그런 분들을 위해서 해보자는 마음이 큰 동기부여가 된다. 그 소중함도 와이프가 이야기해줘서 더 깊이 깨닫게 됐고. 요즘은 항상 뭐든지 감사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프랑켄슈타인>도 반응이 좋아서 너무 감사하고,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 감사하고, 오늘 보니까 준상 형의 컨디션이 좋아져서 또 감사하고.
- 아기를 키우는 것이 배우로서의 삶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 같다.
충분히 있는 것 같다. 아기를 낳는 것은 정말 새롭고 엄청난 경험이다. 아빠로서의 책임감이라든지, 공연에 임하는 자세라든지 그런 것을 배우게 된다. 허투루 하면 안되겠다는 마음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어렵지만 결혼하기 전과 후, 아기를 낳기 전과 후는 분명히 다른 것 같다. 나로선 참 소중한 경험들이다.
- 어떤 아빠가 되고 싶은가.
많이 사랑해주고 싶다. 뭔가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내 부모님께서는 항상 나를 믿어주셨고, 그게 나를 이 자리에게 있게 했다. 나도 딸이 뭘 하든 그냥 믿어줄 것 같다. 뭘 해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믿어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 마음이 흔들릴까봐 인터넷 후기나 리뷰를 잘 보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도 그런가.
요즘도 잘 안 본다. 주위에서 다른 분들이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긴 한다.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은 좋다. 좋은데 그 얘기 또한 내게 독이고, 안 좋은 얘기도 독이기 때문에 감사하다는 정도로 선을 긋고 나머지는 안 보고 안 들으려고 노력한다. 나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는 좀 듣는다. 힘을 받으려고. 그런데 막 자세하게 리뷰를 써주시는 분들의 글에 빠지다 보면 내가 연출님이나 음악감독님의 이야기를 못 믿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까.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면 헷갈리고 무대에서 중심을 잃을 수 있다. 우선 공연이 끝날 때까지는 연출님과 음악감독님이 적어주신 노트에만 집중하는 게 배우로서는 에너지 소모가 없다. 궁금하기도 하지만 아껴두는 거다.
- 성악·발레 등 항상 뭔가를 배운다고 했다. 지금도 배우고 있는 게 있나.
성악이 되게 재미있더라. 그래서 오페라 아리아, 가곡 같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너무 재미있다. 계속 트레이닝을 하니까 무대 위에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발전하고 있더라. 그 재미에 계속 배운다. 무대 위에서 조금씩 발전한다는 그 기분이 배우로서는 아주 큰 재미다. 마약 같다.
- 그렇게 뭔가를 배우면서 슬럼프를 극복하는 자세가 인상 깊었다. 앞으로 또 한번 슬럼프가 온다면.
사실은 지금부터 슬럼프를 준비하고 있다. 그게 극복할 수 있는 비결일 것 같다. 슬럼프가 어떻게 오느냐는 여러가지 일 것 같은데, 내 경우 결혼하고 나서 갑자기 팬 분들이 확 떠나갔다든지, 티켓이 떨어진다든지, 연예인분들과 더블을 맡아서 비교된다든지, 노래가 너무 어려워서 목이 아프다든지 등이 있었다. 주인공이나 어떤 타이틀을 걸게 되는 위치까지 오면 그런 것들을 겪게 되는 것 같다. 당장 오늘 올지도 모르지.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 잘 돼서 이슈가 되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생겨서 좋지만, 이것 또한 언젠가 훅 지나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래서 인터넷 후기 같은 것을 잘 안 보려고 하는 것이다. 어차피 마흔, 쉰이 넘어서까지 무대에 있는 것이 내 목표다. <피맛골 연가>를 할 때 양희경 선생님이 "다 무수한 점들 중 하나일 뿐인데 여기에 목숨 걸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을 항상 가슴에 깊이 새긴다. 그러다 보면 슬럼프가 와도, 최고의 인기를 얻게 되도 그 역시 무수한 점들 가운데 하나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막상 슬럼프가 오면 좀 슬프긴 하겠지만 의연하게 극복하려면 지금부터 그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