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620 헤드윅
백암아트홀
조승우(헤드윅), 구민진(이츠학)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표현력의 한계란...
무대 위의 헤드윅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다.
그의 슬픔, 아픔, 고통, 행복, 치유...
오늘 헤드윅은 내가 첫공연 때 본 헤드윅과는 다른 헤드윅이었다.
이래서..조승우 공연은 다 봐야 하나 부다...
하지만...표가 없죠...
첫 공연을 보고 헤드윅을 이젠 다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정말 그의 인생을 공감하고 왔다.
이해가 아니라 공감...
첫공 때, 우는 것보다 웃는 게 쉬워서 웃는 걸 선택한 조드윅은
고통과 슬픔에도 모든 걸 꾹꾹 누르고 밝게 웃는 조드윅이었다.
그런데...오늘 조드윅은...
웃는 게 쉬워서 웃는 걸 선택했음에도
웃으려고 해도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리 누르려 해도 그 고통이 너무 커서 도저히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그런 상태.
밝은 노래를 할 때도 그의 표정은 너무 슬펐다.
웃는데...슬펐다...
그러나 그렇게 슬프고 아픔에도 고통의 감정을 겉으로 폭발해 내지 않고 절제된 감정을 보인다.
Angry Inch의 분노도 토마토씬의 분노도...모두 절제된 슬픔과 분노...절망.
그런데..그 절제된 조드윅의 모습은 너무나 슬펐다.
토마토씬의 장면은 정말 너무 인상적이었다.
헤드윅은...토미를 사랑했고 사랑하고, 토미를 이해했다.
토미는 헤드윅을 사랑했다.
그래서...토미는 Wicked Little Town에서 그렇게 "헤드윅"을 부르며 노래한다.
속죄의 노래를...
“이제는 받아들여 봐요
당신 존재의 이유를"
울면서 부르는 토미의 노래에 헤드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언제나 자신의 반쪽을 찾아, 운명을 찾아, 사랑을 찾아 온전한 하나가 되고 싶었던 헤드윅.
하지만 반쪽이 있어야만 온전해 지는 건 아니었다.
내 존재만으로도 온전한 하나.
The origin of love에서 반쪽 되었던 그들이 반쪽을 찾아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 온전한 하나가 되는 것이다.
헤드윅은 그걸 깨달았고 이츠학에게도 자유를 준다.
헤드윅이 통로를 걸어 퇴장할 때 뒤에 보이는 영상에서 하나가 되는 장면을 보여주는건
헤드윅이 온전히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더 이상 반쪽이 아닌 하나의 존재로
살아갈 것임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 조드윅은...모두를 이해하고 원망하지 않았다.
어머니도 루터도 토미도...
그래서...조드윅의 삶이 더 처연하고 슬프게 다가 오는 건지도...ㅠㅠ
◈ 그렇다고 무조건 슬픈 공연은 아니었다.
재밌었고 웃겼고...
그럼에도 헤드윅의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아주 이상하고도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그리고 앵콜에서도 관객과 같이 호흡하는 무대...
행복한 앵콜 무대였다.
◈ 배우 조승우
도대체 어떻게 이런 헤드윅으로 해석하고 연기했을까...대단하다.
이런 공연을 보여준 조승우라는 배우에게 감사...
오늘 공연을 보면서 새삼 느꼈지만
2시간 넘게 혼자서 극을 이끌어간다는 건 배우로서도 참 쉽지 않을 거 같다.
2시간 35여분을...인터미션도 없이!!
※ 각 장면 후기
스포있음.
◈ 처음에 등장할 때 헤드윅은 천천히 걸어 오다가 무대에 오르기 전
‘Amazing Grace’를 부른다.
왜 갑자기 저 노래를 부르지란 생각이 들었는데 극을 보면서 이해했다.
과거 토미와의 기억의 한 조각...
극이 끝나고 이 부분을 생각하니 너무 슬펐다.
헤드윅은 늘 토미를 마음에 품고 토미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우는게 쉬워 웃는 게 쉬워?
1열 관객에게 물어봤는데 관객이 웃는 게 쉽다고 답해서 조뒥이 웃어보라고 했는데
관객이 얼굴을 가리자 왜 얼굴 가리냐며 1열에 앉았으면 용기를 내야하지 않냐며~ㅋㅋㅋ
클릭하는 제스처 하면서 1열에 앉는 사람들 굉장한 사람들 아니냐며~ㅋㅋㅋㅋㅋ
조드윅도 아는구나...1열 잡으려면 능력자여야 하는걸~ㅋㅋㅋ
◈ 오늘 공연은 초반부터 헤드윅의 슬픔이 느껴졌다.
어머니와의 이야기에서도...
다른 장면들에서도 조드윅은 말을 하려다 밀려오는 슬픔에 말을 자르고 다른 얘기로 넘어가곤 했다.
◈ The origin of love
올진럽은 오늘도 참 슬펐다.
어릴 때 어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지금의 헤드윅이 부른다.
토미와의 사랑으로 인해 아픔을 가진 조드윅이 부르는 올진럽은 그래서 슬프다.
◈ 가발
하이모 드립~ㅋㅋㅋㅋ
가발은 한국 가발이 최고라며~ ㅋㅋㅋㅋㅋㅋ
◈ 심장을 조금 도려냈어.
웃는 와중에도 의미심장한 말...
지금 헤드윅의 마음...
심장을 도려낸 아픔을 가진 헤드윅..
◈ MEPA
예전에는 도축지역에서 공연을 끝마치고 라고 했다.
그래서 왜 도축지역에서 공연을 하지? 분위기 때문에?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엔 돈을 주고 하는 그 행위 즉 매.춘을 하는 중이었다고 얘기한다.
어떡하냐고 자기도 먹고 살아야하지 않겠냐고..
차가 자기에게 다가왔을 때 그 일때문인 줄 알고 탔는데 토미의 차였던 것이다.
도축장에서의 공연에 대한 의미를 이제야 이해했다.
◈ 조명을 켜달라고 해서 관객들의 눈을 보며 얘기하겠다는 조드윅.
이런 부분들이 있었는데 관객과 소통하는 거 같아서 좋았다.
심각하게 듣는 관객들에게 심각해졌냐며 심각하게 들을필요 없다고 말하는 조드윅...
◈ Sugar Daddy
심심해 쏭~ㅋㅋㅋ
"오~너무너무 심심해~~"
넘 귀여워~ㅋㅋㅋ
루터와 만나는 장면에서 첫공연 때는 모든 대사가 영어였었는데 한국어로 바뀌었다.
루터와 토미 역할을 정말 맛갈나게 연기한 조승우!! ㅋㅋㅋㅋ
앨범에서 들었던 애드립 등장!!
구츠학(구민진 이츠학)에게 팔짱을 끼고 “자기야~있잖아~나 백화점 가서~~~”
귀여워~~ ㅋㅋㅋ
◈ Angry inch
절제된 분노...
그럼에도 헤드윅의 절망이 느껴졌다.
◈ Wig In a box
자유를 위해 희생한 그녀의 선택이 너무나도 허무해진 그 때..
홀로 남겨진 그녀가 부르는 윅인어박스는 너무나도 슬프다.
자유를 위해 희생한 자신을 나타내는 가발...
보기 싫고 치워버리고 싶지만 이제는 일부가 되어버린...
허무한 자신의 상황에 대해 가라앉은 목소리로 얘기하고
부르는 윅인어박스는 조드윅의 슬픔이 묻어났다.
오늘의 윅인어박스는...신나는 부분도 너무 슬펐다.
나는 계속 울고...ㅠㅠ
◈ Wig in a box가 끝나고 밴드소개할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겼다~ㅋㅋ
◈ 이츠학에 대한 얘기
첫공연때는 이츠학이 헤드윅에게 다가와 자신을 살려달라고 한다.
인종청소가 이루어지고 있는 크로아티아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이부분의 조승우의 해석이 달라졌다.
이번에는..
이츠학의 눈에 어린 슬픔을 보고 헤드윅이 먼저 다가간다.
이츠학의 사정을 들은 헤드윅은 이츠학에게 미국으로 가자고 한다.
헤드윅이 이츠학이 원하는 드랙퀸이 못되게 한 건
이츠학을 아끼는 마음에서 헤드윅 자신과 같은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프지 말라고...
헤드윅의 마음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 토미 노시스(Gnosis)
노시스 이름을 자기가 지었다는 토미의 이야기에 헤드윅은 분노한다.
비상구 돌려차기는 여전히 멋지다!!
◈ 의상이 바뀌었다.
예전엔 파란색 원피스였었는데 검정색으로.
예쁘다~ ^^
◈ 토미의 욕실
객석 조명 올려달라며~
관객들 표정 보겠다며~ㅋㅋ
17살 토미가 욕실에서 뭘하고 있었겠냐며~ㅋㅋㅋ
남자 관객에게 눈 피하지 말라고~
그런데 조명 다시 낮춰달라고~ 곳곳에 어르신들 계신다며~ㅋㅋ
토미의 그것을 도와준 후 헤드윅이 부른 노래가
‘Amazing Grace’
◈ 닥터 에스프레소 바
밴드 비트에 맞춰 판소리를~ㅋㅋㅋㅋ
그런데..."아~~아~~~아~~~아~~~"가 마의 오프닝이었다고! ㅋㅋㅋㅋㅋ
◈ 밴드소개
2nd 기타 멤버 소개하는데 환상적인 연주를 한다.
그런자 이건 내 환상속의 연주이고~자 실제는~이라고 조드윅이 말하자
연주 못하는 밴드 아주머니로 돌아와서 연주하는데
밴드 멤버가 입을 삐쭉삐쭉하며 기타를 치자
조드윅이 빵~터졌다~ㅋㅋㅋ
웃음이 수습이 안돼~ㅋㅋㅋㅋㅋ
그렇게 웃는 모습 첨 봤다~ㅎㅎㅎ
노래를 부른다고 얘기하는데도 웃음이~ㅋㅋㅋ
◈ Wicked Little Town
첫공연때는 파란 원피스였는데 오늘은 검정 원피스
◈ 토미의 방
토미가 연주를 해주는 역을 밴드 멤버가 하는데
로망스까지는 괜찮았는데
조드윅이 '왕벌의 비행'이랬는데 연주 못(안?)했다. ㅋㅋㅋ
그리고 나서 조드윅이 또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1번' 이라고 말해서 연주 못했다~ㅋㅋㅋ
둘다 유명한 피아노곡~ㅋㅋㅋ
◈ 겟세마네
와...대박...정말 잘부른다.
고음 부분 정말 잘 올라가!!!
언젠가 풀버전으로 꼭 한 번 해주세요~~~
드럼 비트가 강하게 울리며 시작하는데 정말 멋지다...
◈ 아담과 이브
조드윅~ㅋㅋㅋㅋㅋ
뱀이 하와라고 부르자 이브라고 하라며 이름 바꿨다고.
뱀이 자꾸 옆에서 귀찮게 하자 뱀에게 꺼지라며 욕하는데 그 욕이 참 찰지다~ㅋㅋㅋ
◈ 트레일러
적어도 '난' 행복했던 그 시절...이라고 말하는 조드윅...
토미 이마에 실버 크로스를 그려주고 롹스타 토미 노시스(지식)라는 이름을 지어준 헤드윅.
그 날...얘기하고 싶진 않지만...그날...이라고 말하며 토미와의 마지막 날을 얘기하는 조드윅.
헤드윅은 토미가 분리된 자신의 반쪽이라는 마음의 확신을 갖게 되고
The origin of love를 부른다. 아..정말 너무 좋았다.
그러나..토미는 헤드윅의 비밀을 알고선 당황하고 놀란다.
헤드윅은 그런 토미에게...사랑한다며..가도 된다고...ㅠㅠ
조드윅은 너무 울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ㅍㅍ
괜찮다며..가도 된다는 조드윅의 대사에 충격 받은 상태에서 조드윅의 우는 모습에 나는 오열...
자신이 상처 받으며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토미를 생각하는 조드윅...
◈ Long grift
담배를 피우며 등장하는 조드윅..
그의 쓸쓸함...
◈ Hedwig's Lament
조드윅의 쓸쓸한 휘파람...
lamnet의 원가사는 이것다.
"내 살 잘라진 그 순간 난, 심장도 잘라냈지.
사람들이 난도질 한 후 남은 건 조각날 살
한 조각은 엄마에게
한 조각은 애인에게
나머지 한 조각 마저 날 버린 락스타에게..."
그런데...조드윅은...”날 사랑해준 락스타에게...”
토미를 사랑으로 기억하는 조드윅...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Exquisite corpse
절제된 슬픔 절망 분노...
토마토를 자신의 가슴에 대며 시린 웃음을 짓고 짓이긴다.
여자로 살기 위해 가졌던 가짜 가슴...
그리고 그 짓이겨진 토마토를 자신의 심장에 가져다 댄다…
이 장면은 정말 충격이었다.
분노도 그 어떤 절규도 없었음에도 헤드윅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리고 이 장면을 이렇게 표현하는 조승우의 연기와 해석에..놀라울 따름..
그리고...토마토 장면에서 배경음악이 Amazing grace로 바뀌었다.
◈ Wicked Little Town rep.
토미가 부르는 위키드 리를 타운.
토미는 노래를 부르다 헤드윅을 부른다.
“헤드윅!!! 헤드윅...”
울면서 노래하는 토미...
이노래에서 조승우는 토미처럼(?) 노래를 부른다.
이런 디테일 좋다.
◈ 토미의 노래를 들은 조드윅은 바닥에 떨어진 토미의 투어 전단지를 소중하게 들어 쓰다듬는다.
그리고 벗어버린 자신의 가발을 한참 동안 응시한다.
가발을 집어 소중히 쓰다듬고 이츠학에게 준다.
토미 투어전단지
◈ Midnight radio
자유로워지는 헤드윅.
이츠학에게도 자유를...
이츠학을 꼬옥 안아주면 넘버를 부른다...ㅠㅠ
그리고 여장을 하고 나타나 이츠학에게 손을 뻗는 헤드윅.
올라오는 계단 앞에 뒹구는 토마토를 발로 치워주는 조드윅.. ^^
◈ 앵콜
앵콜 정말 대박이었다.
밴드의 연주로 시작.
그리고 메들리 앵콜(기존 앵콜 The origin of Love+Wig in a box+Tear me down)
관객들의 환호~~~
메들리 앵콜 후 조드윅이 밴들에게 손가락으로 1곡 더가자는 제스쳐.
그리고 시작된 The angry inch
중간에 대사 부분에서 처음 앵콜에서 하는 거라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귀여운 애교~ㅋㅋㅋ
관객들의 엄청난 환호가 계속 이어지고
앵콜요청이 쏟아지자 집에 안가냐며~ 안힘드냐고~ㅋㅋㅋ
관객들은 계속 환호하고...
결국...뭐하까? 이러면서 조드윅과 밴드들이 상의하더니...
잠깐 앉아 보라며
이런 경험 처음 해본다며~
오늘 공연 초과되어 2시간 15분 공연을 했다며~ㅋㅋㅋ
▷ The Origin of Love 어쿠스틱 버전(앨범 히든트랙 버전)을!!!
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이 노래를 라이브로 듣게 될 줄이야!! ㅠㅠㅠ
노래 부르다 “귀엽게 뭐였지 가사가?”
멤버가 알려줬는데 부르다 보니 이미 불렀던 가사 처음부터~ㅋㅋㅋ
박수 대신 손가락 똑소리 나는 걸 유도하고~
“너희들을" 하고 마이크를 객석으로 넘기자
관객들 "망치로 쳐죽이리라 거인족 처럼”
"그때 제우스는" 다음에도 다시 마이크를 넘겨서
관객들이 “됐어!내게 맡겨 그들을 번개 가위로 자르리라"
‘저항하다..’ 부분 부르면서 ‘장기' 아니라며~ㅋㅋㅋ
‘토막난 몸을 꿰메고’에서 흩어진 조각 모으는 제스처를 해서 빵 터졌다~ㅋㅋ
휘파람 부분도 부르고~
오~~멋져~멋져~
마지막에 “the origin of love’ 부분을 관객석으로 넘겼는데
관객들이 전부 떼창~ㅋㅋㅋ
그리고 마지막..부분을...
관객들을 가리키며 “And you...You light up my life.”라며 마무리했다.
정말 폭풍 감동이었다...ㅠㅠ
노래 끝나고 정말 엄청난 환호와 박수가 이어지고
관객들 반응에 조금은 놀라서 조승우가 작게 하하하하하하~웃는데 넘 귀여웠다.
‘고맙습니다~조심해서 가세요~’
그리고 나서도 이어지는 박수와 환호...
◈ 헤드윅은 이제 더 이상 반쪽을 찾아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자신만으로 온전한 하나가 되었다.
그런 헤드윅은 분명 행복하게 살텐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
행복해야 해 헤드윅...
아...정말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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