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 원작을 읽었을 때도 뮤지컬을 봤을 때도 베르테르와 롯데의 사랑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베르테르와 롯데의 사랑이 타이밍이 어긋나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말이다.
이번 조승우 베르테르(조베르)를 기대한게,
그런 베르테르지만 그 과정 중에 베르테르의 감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줄 거란 기대때문이었다,
그리고 극을 보고서는 역시 조승우 배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테르의 사랑과 좌절 절망 그리고 체념,슬픔을 잘 전달해줬다.
롯데를 사랑하고 롯데에게 고백하려는데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모든 걸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여행을 하다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사랑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고 돌아오지만 롯데는 이미 결혼한 상태. 롯데가 결혼했다는 사실에 더욱 큰 절망에 빠진 베르테르는 순간적인 충동으로 총을 들지만 정신을 차리고 자신도 당황하며 그 자리를 피한다. 카인즈 변호를 하며 자신의 심정을 카인즈에게 대입하고 결국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롯데를 찾아 가지만 거절하는 롯데를 보고 체념한 채 가려하지만 롯데는 지나치지 않게 예전처럼 대해 달라고 하고, 이때 베르테르는 모든 걸 포기한다.
베르테르의 이런 감정의 변화를 대사톤, 눈빛 손짓 디테일들로 조베르가 잘 보여주어
베르테르의 감정을 이해하게 해줬다.
조승우 배우는 이런 디테일들로 개연성을 만들어 자신의 노선을 완성시키는 거 같다.
-그런데 “돌부리가!!”라고 갑자기 소리치는 부분이 좀 어색했다. 그외에도 몇 부분이.
부분적인 일부가 그렇게 느껴졌지만 전체적으로 베르테르의 감정을 잘 보여줬다.
회차가 진행될 수록 왠지 더 연기가 더 깊어질 거 같은 느낌이...ㅎ
1막에서 롯데 모자 리본 정리하려고 올렸다 내렸다는 하는 장면에서 빵! 터졌다~ㅋㅋㅋ
그리고 고백하려고 자신을 다독이는 독백도 웃겼고. ㅋㅋ
베르테르가 이렇게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조베르가 잘 살렸다.
1,2막에서 조베르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힘들어 할 때의 표정과 모습은 참 안쓰러웠다.
2막 마지막 장면, 조베르가 마지막에 슬픈 미소를 지으며 '발길을 뗄 수 없으며'를 노래하는데 눈물이 ㅠㅠ
-전미도 롯데
미도 롯데 연기가 참 좋았다.
하지만 극 자체의 대사는 어쩔 수 없는;;;
모든 걸 포기하고 떠나려는 베르테르에게 지나치지 않게 예전처럼 대해달라는 말은 아무리 포장하려 해도 롯데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기 힘들게 만든다.
그렇지만 롯데의 마음은 이해간다;;;
롯데도 베르테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깨닫지 못했고 뒤늦게야 깨닫지만 그 사랑을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표현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베르테르를 사랑하니 함께 하고 싶은 마음.
물론 이해는 하지만 불편한 감정인 것은 분명하다보니..롯데 캐릭터가...
-노래
라만차 돈키호테와 알돈자 끝나지 얼마 안돼서 인지 두 배우 목상태가 좋은 건 아니었지만 감정을 잘 전달했다.
베르테르 원작은 1막 내용까지 읽은 상태였고, 그저 짝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랑얘기일뿐이라 극이 내 취향이 아닐 거라고 정말 기대를 안하고 갔음. 그런데 책을 읽어서 베르테르가 롯데를 얼마나 가슴벅차게 좋아했는지 어떤 순간들이 그에게 사랑의 단서를 깊게 박아넣었는지는 이해가 된 상태였음..
자첫, 자둘. 이렇게 보는데 조베르는 사랑에 빠진 쭈구리, 빙구같은 베르테르를 너무 잘 표현하는 것 같아서 내 가슴이 다 간질거리고 저 감정이 얼마나 이쁜건지 공감이 됐음. 처음에 자석산 이야기를 하는 롯데를 보고..사랑에 빠질 때 언뜻 커튼콜 어퍼컷 날리기전에 무대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던ㅋㅋ완쟈의 표정이 보여서 아 저만큼 가슴 벅차게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롯데집을 처음 방문했을 때도, 맑은 영혼이 이제 막 사랑에 빠졌지만 뭔가 자그마한, 드립느낌의 디테일을 포기하지않음. 롯데의 모자각도를 정돈해주거나 리본을 올렸다 내렸다 하거나... 롯데가 저는 드릴게없는데 하니까 아니아니 전혀괜찮다고 폭풍 손사래 치는 모습도 정말 사랑스러운 베르테르의 모습이었음. 롯데를 쉽사리 만질수도 없을만큼 좋아하는 베르테르의 모습을 손끝까지 다 담아서 표현하는듯.
펍으로 돌아와서, 모두가 오르카의 왕년의 사랑을 함께 추억하고 웃고 떠들고 원래 인생이란 그런거지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왁자지껄하게 풀어넘길 때도 조베르는 롯데의 리본 냄새를 맡고 그걸 또 한번 두번 접어서 포켓속으로 넣는다. 이 때모습이 둘시네아 증표를 접던 할배랑 많이 겹쳐졌음. 책도 냄새도 맡고 펴서 봤다 접었다 소중하게 혼자 공기방울 안에 들어가서 롯데와의 순간을 추억하느라 여념이 없음. 그리고 카인즈의 사랑에 대해 공감해주고, 걱정해주고, 용기를 복돋워주는 것도 잊지 않음. 그리고 자신도 파워업!!
롯데에게 약혼자가 있는걸 알게되고 돌부리씬에서.. 베르테르 자첫인 나는 돌부리가 뭔지도 몰랐는데 11일공연에선 돌부리에 걸렸어요 하는데 나도모르게 진짜 쿵!! 하는 느낌이어서 그 돌부리가 뭔지 바로 와닿았음. 그래서 무릎을 때렸어요. 하는데 또 쿵. 그리고 가슴을 치고 피멍이 들었어요. 뭐 이런식으로 ㅠㅠ 하는데 진짜 심장이 저며지는 줄 알았음. 그리고 그건 고민이 아니라 고통이고, 누구나 다 한번씩은 겪는데, 한번도 안 다쳐봤냐고 위로로 던져주는 말에........나의 이 감정을 그런식으로만 흘려보낼수가 없다고 , 그렇게 표현될수있는 사소한 고통이 아니라는듯 표정연기하는데.. 뭔가 첫날은 충격이어서 그 표정 하나때문에 진짜 이건 치였다!! 치였어!! 막 내 심장이 둥둥 달리기 시작했음
12일의 돌부리씬은 웃으면서 더 해탈한듯이..말했는데, 그래서 처음 보는 관객들은 무서워요 술주세요 귀여운 술주정에 이은 주정으로 보였는지.. 웃음들이 터지기도 했음. 나도 만약 12일 공연이 자첫이었다면 웃었을텐데..어제 공연을 보고 봐서 그 감정선이 제대로 잡혔던 것같음. 웃으면서 돌부리 하나일뿐인데, 이렇게 됐다고 풀어나가보려다가도 결국 복받쳐서 그 돌부리에 대한 감정을 여과없이 표출하기 시작하는 것..
그리고 떠나야함을 알고 떠나는 장면에서, 롯데와 알베르트의 행복한 시간을 지켜보는 벨텔..쭈구리..ㅠㅠ 슬프게 쳐다보다가 갑자기 웃었다. 소년처럼, 소녀처럼. 노래를 부르는 롯데와 알베르트를 보면서 이쁘게 웃던데.. 잠시나마 자기가 알베르트가 되어, 아니면 알베르트가 베르테르가 되어 저기서 롯데와 함께 춤추며 노래하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상상한 황홀경을 맛본듯 웃었음. 그리고 그건 헛된 상상일 뿐임을 깨닫고 더 처절하게 절망하는 표정을 짓는듯 내게는 보였음. 그래서 11일보다 더 감정선 디텔이 더더덛 완성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진짜 진짜 좋았음.
2막
롯데의 결혼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재회한 둘. 알베르트 부인이라고 말하며 애써 감정을 접어넣어보지만 반가움에 손부터 붙잡는 롯데에..심쿵. 이미 베르테르 멘탈은 너덜너덜. 그토록 잡아보고싶던 손인데, 잡을 수 없어서 닿지 않으려 벨절부절. 편하게 다시 롯데라고 불러주라는 롯데의 말에 한번 불러보니..접어만 놨던 마음이 다 튀어나와서 겉잡을 수없이 롯데의 집을 다 채워버림. 결국 롯데도 그 감정을 알 수 밖에 없게 되고..남편을 부르며 도망친 롯데를 보는 벨텔. 그러다 찬장의 총에게 시선을 주기전. 그 찬장 위에 올려져있던 롯데의 모자를 회상하듯, 빈자리를 어루만지는듯한 손동작도 있었음.. 그시절을 혼자 추억했나?
알베르트와 화살에 대해 얘기나누는 장면은, 11일 공연에선 더 강경해보였고 12일 공연에선 더 노련?해보였다? 더 여유로워보였음. 그러다 알베르트의 얘기를 들으며 점점 더 가라앉던 베르테르는 이제 문뜻 좌절에서 분노도 비치기 시작하다 결국 알베르트가 죽으면 내가 롯데와 함께할수있다는 순간의 생각때문인지 총을 겨눴다 이런 자신의 모습에 놀라 막 여기저기 방황하다 총을 뺏기고 말지. 롯데의 사랑을 얼마나 원하는지, 그것이 자신의 유일한 구원임을 노래하는데..사랑고자인 나조차 사랑장인이 된것만같음 가슴저림을 안겨주는 표정디텔이었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알베르트가 퇴장한 다음, 롯데가 다가와 베르테르를 다독여주려다 손을 올리지못하고 멈칫하니...자신과 롯데의 사이가 어느새 뒤틀린 게 퐉 느껴졌는지 진짜 동공지진에 얼굴은 얼어버리고 이미 산산조각난 베르테르의 심장이 나노사이즈로 쩌억쩌억 더 쪼개지는 표정이었음. 그 때까진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드러서기 시작한 상태였는데..어느새 눈물이 흘러서.. 내가 당신을 얼마나 안고싶어서ㅠㅠㅠ그래왔는지 구구절절 노래하는데 진짜 어떡하냐..싶은 마음으로 지켜보게 됨.
펍에서 체포되는 카인즈를 막기 위해 달려가 카인즈를 변호하고 , 알베르트는 그저 살인자일뿐인데 그걸 변호하는 너도 마찬가지야 하면서 이성적으로 베르테르를 비판,비방,조롱하고 나가잖아. 그 때 베르테르의 표정엔 언뜻 분노도 비쳤던 것 같음. 이런 사랑의 실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성적이기만한 알베르트는 롯데의 풍부한 감수성을 받아줄 수 없는 사람, 롯데를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왜 내가 아니라 그가 롯데의 곁에 있는지!! 순간 그런 감정이 비친것처럼 보였음. 그리고 널부러져있는 꽃잎을 그러쥐면서 그 꽃잎이 카인즈와 자기 자신같다고 생각했는지..꼭 손에 쥐었음.
마지막으로 롯데를 찾아와 이제 정말 기력이 없다고 할 땐, 꺼져가는 베르테르의 영혼이 보였음. 누구나 베르테르를 걱정할 수 밖에 없는...이 때 내 기도 다 빨려들어가는 것 같아서 이때의 표정들, 이때의 행동들 다 휘발됐어..ㅠㅠ
진짜 극보면서 안 쳐우는데..아 ,황홀경이여 하는 순간 눈물 흐를만큼 진짜 그냥 베르테르의 감정의 1할 4푼정도만 동기화된것같은데 그 감정조차 나를 엄청 휘말리게 해서 백지가 된기분이었다. 마지막 롯데를 노래하는 베르테르는 아름답고, 고귀하고, 숭고해보였다. 너무 여린 영혼이어서 남들은 그냥 살고, 사랑하고, 추억하고, 잊어버리는 사랑하나에 잠식당하는 영혼을 가지고 태어나...자신을 던져버리고 마는 존재 같았고. 펍에서 접어넣었던 롯데의 리본을 손에 감아 그 손으로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며 뗄수 없는 발길을 떼는 사람. 아직 롯데의 감정선을 이해할 순 없지만. 베르테르의 감정선 하나만으로 그저 사랑얘기일뿐인데 그 감정들이 아름다워보여서 계속 보고싶은 극이라고 생각했음!
베르테르라는 극 자체를 자첫한 느낌은 일단 기존에 봐오던 극들보다 무대나 앙들 옷이 넘 화사해서 개안당하는 느낌이었고, 앙들은 노래,춤,연기도 잘하지만 다 선남선녀라 또 개안하는 느낌이었고, 실내악 연주가 넘 아름다워서 청각마저 트이는 느낌. 아기자기하고 이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음. 그래서 앙들이 커튼콜때 해바라기 흔들면서 퇴장하는 모습조차 아련해서 막 놔주기 싫다는 느낌? 내가 이렇게 서정적인 극에 치일줄은 진짜 꿈에도상상못했는데...돌고 돌고 또 돌고싶게 치였음..
아 그리고 넘버는 하루차인데도 조벨텔은 더 안정적이 됏고 난 지혜롯데나 미도롯데나 둘다 만족. 하지만 롯데 감정선을 완전히 따라가진 못하겠어ㅠㅠ.어장관리 이런걸 떠나서 진짜 벨텔은 걱정해줄수밖에 없는 존재 인건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