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드 한 구절 한 구절마다 류지킬은 반응을 해.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주먹을 꼭 쥐고 의지를 다지기도 하고. 류지킬은 신념을 가졌다지만 결국 자신도 한낱 위선자일 뿐임을 인정하고 극을 시작해.
* 혼자야 넌!
지킬의 신념을 비웃는 이사회의 반응. 당신의 위험한 실험을 서포트 해 줄 이는 아무도 없다고 종지부를 찍는 스트라이드의 말에 류지킬은 분노와 상처를 보여.
류지킬의 그 날 모습은, 거절 당하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있어보였어. 류지킬은 어렸을 때 부터 엄하게 자란 것 같아. 엄마 저거 사주세요, 아빠 나 저 친구랑 놀래요, 나 저거 할래요 이거 먹고싶어요 등등 어린 아이가 가졌을 법한 당연한 욕구에도 엄하고 바르게 또 모범적으로 키우려는 부모님이 다 거절하시지 않았을까. 모범생 지킬은 그런 비뚤어지고픈 욕구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연히 억눌러왔어. 그런데 내면의 자아는 그렇게 남들에게서 거절당할 때 마다 상처가 쌓여버렸어.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억압당한 욕구들이 하이드화 된 거 같아.
*"내 사랑.. 그의 눈 속 안에 자리한 나만의.."
지혜 엠마는 앳띤 얼굴이어서 조금은 당돌해보이고 패기로움ㅋㅋ까지 조금 보이더라. 스트라이드에게 단호박먹고 당신은 결코 알 수가 없죠 라고 하던 표정이 기억에 남네. 이제 갓 독립한 소녀의 설레임이 보였어.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 라는 그런 설레임. 그리고 그 설레임이 고스란히 지킬에게로 향하는 느낌이야. 그래서 엠마의 웃음을 보자마자 참 예쁘다, 라는 말이 나오더라. ㅎㅎ
*"가끔씩 난 바라보곤 해. 가야 할 길, 내가 걸어갈. 가끔씩난 의심하곤 해. 왜 이런 험한 길에.."
Take me as I am 도 나는 굉장히 아픈 곡 같아.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당신이 받아준다면.." 이 곡에서 지킬은 엠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하이드마저 당신이 받아줄 수 있을까 걱정하고 염려해. 지킬의 인격 속엔 지킬만 있는 게 아니니까. 당신이 내가 이제껏 보여주지 않은 모습도 받아줄까요? 라고 의심하기도 하고. 그런데 지혜엠마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은 한결같다고 고백해. 그리고 엠마는 "나를 봐요 나의 두 눈을. 당신 눈에 비치는 나는 당신이 아는 그 사람인가요 아니면 내 눈속에서 내가 아닌 타인을 보나요?" 라고 물어. 자신 또한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는거야. 그래서 난 지킬과 엠마도 불완전한 존재끼리의 껴안음이라고 생각해.
*"어차피 내일은 없어. 덧없이 흘러갈 뿐."
쏘냐의 루시는 굉장히 예민하고 상처많은 존재야. 마치 지킬처럼. 외로움도 많이 타고.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고 성숙해진 쏘냐 루시는 버려진 자기 인생에 대해 달관한ㅋㅋ 그런 느낌이야. 브링 온 더 맨 무대에서도 단 한 번도 웃지 않아. 최하층 계급으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일일 뿐 원하던 일은 아니었으니까.
*"당신에겐 필요하죠. 힘이 될 친구. 내 말은.. 그냥 친구."
류지킬은 공연 시작 땐 부끄러워 하다가 나중엔 남자 여자 똑같은 위선자일 뿐이라는 루시의 노래 가사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현해. 지킬은 루시 뒷면의 어두움을 봤어. "아주 멋진 공연을 봤어요 하지만 그게 당신이 가진 전부는 아닐거란 생각이 드네요." 그동안 저 여자가 얼마나 받은 상처가 컸을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 루시는 그런 지킬에게 여느 남자에게와 똑같이 일종의 작업을 걸어. 이 때 까지만 해도 지킬은 루시에게 돈벌이 수단이었을거야. 자기 눈엔 환자 같다며 농담까지 던지지. 하지만 지킬은 단호하게 입맞춰오는 루시를 거절하고 딱잘라 명함을 건네며 신사답게 관계를 마무리해. 당신에겐 친구가 필요하다는 말, 어쩌면 루시가 아니라 지킬 스스로에게 하는 말 아니었을까? 지킬은 곁에 엠마도 어터슨도 있지만 하이드까지 받아 줄 진짜 친구는 없으니까.
*"간절한 기도 절실한 기도.. 신이여 허락하소서"
아무도 허락하지 않은, 금지된 자신의 신념, 지킬은 끝내 자기 고집으로 스스로를 시험하게 만들어.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살아있었다는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릴 그 순간이 이제야 지킬에게 온거야. 자주 들어서 질릴 법도 한 지금 이 순간이지만, 한 사람의 운명과 신념이 그 곡 하나에 모두 걸려있다고 생각하면 들을 때 마다 눈물이 나. 어제 류지킬의 지금 이 순간에선 프랑켄의 생창과 비슷한 모습이 보였어. 광기와 나르시즘. 그 모든게 합해진 듯한 노래와 연기. 정말 완벽했어. 마약 이라고 스스로 농담까지 던지며 스스로의 가슴을 토닥이고 안심시키지.
*"천국이 저주한 낙인 불타올라"
악의 화신 하이드의 탄생. 지킬의 육신을 입은 하이드는 신기한듯이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아보고 실험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놀라지만 점점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 자정을 알리는 시계 종소리에 놀라지만, 이내 하이드는 자신이 숨쉬고 있는 생명임을 자각해. 그리고 하이드는 자신의 모든 육체의 감각을 일깨우고 실험 일지를 향해 다가가. 버릇처럼 펜을 잡으려 들던 오른손을 차분하게 내리고 가만있어 라며 자신의 왼손을 이용해서 오른손을 토닥여. 그리고 올 게 왔다, 라는 의미심장한 미소로 잉크를 찍고는 실험 일지를 써내려가. 자정. 모든 게 정상. 기대 이상의 발전, 그리고 하이드에게 주어진 자유. 생에 처음 느껴보는 자유를 하이드는 있는 힘껏 만끽해. 세상의 모든 광기와 악, 그리고 멈출 수 없는 인간 내면의 모든 본능들이 자유로이 한 인격으로 모인 그 자체, 에드워드 하이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내비친 하이드는 곧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한껏 비웃음을 던지고 집사인 폴을 향해 다가가 썩 꺼지라고 말했을거야. 집사인 폴은 부모님처럼 지킬에게 지켜야만 하는 도덕적, 윤리적 세상 법칙들을 곁에서 가르쳐주고 읊고 잘못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다잡아 주었을테지만, 하이드에게 그는 들켜선 안 될 존재이며 성가신 존재일 뿐인거지.
*”내 길, 내 삶, 내 선택일 뿐. 그이의 꿈 그의 바램 언젠간 이뤄지리.”
지킬과 엠마, 어터슨과 댄버스 네 사람이 사중창으로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해. 신념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파괴하며 혼란스러워 하는 지킬과, 지킬을 친구로서 걱정하는 어터슨. 지킬에게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건 엠마의 믿음도, 그런 엠마를 걱정하는 댄버스. 네 명의 기도는 단 한가지야. “행복.”
*”난 다시 꿈꿀거야 새로운 삶을 향해. 당신과 함께라면.”
지킬과 그 친구들이 다녀간 뒤로, 루시에겐 이전과는 좀 다른 손님이 찾아와. 에드워드 하이드. 자신에게 마음껏 키스하고 사랑을 퍼부어. 스파이더보다 더 독하게 자신 몸 구석구석을 탐하고 자신을 이용해서 본인의 쾌락을 즐겨. 하이드의 사랑은 점점 폭력이 되고 집착이 되고 독이 돼. 루시는 이런 관계에 신물이 나. 어차피 이런 남자들이 루시를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하진 않을테니까. 위험한 관계를 끝내려 하이드를 거부하자 하이드는 루시에게 폭력을 휘둘러. 폭력을 당하는 건 익숙하지만 상처를 아물리는 일은 해도 해도 익숙해지지 않아. 루시는 자신의 방에 놓아둔 명함을 발견했을거야. 환자같았던 의사, 닥터 헨리 지킬. 이 신사라면 날 치료해주겠지,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그의 집에 찾아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자 그럼 그렇지.. 실소를 내뱉지만, 이내 처음 받아보는 치료의 손길에 마음이 녹아버려. 돈이 없는 신세니까 병원이라곤 가 본 적 없고 경찰이라곤 만나본 적도 없었는데 이 남자는 진짜 자신을 친구처럼 대해주니까. 루시로서는 이런 따뜻함과 토닥임은 처음이야. 루시는 지킬의 따뜻함에 다시 꿈꾸기 시작해. 아무리 힘든 상황에 있어도 기댈 기둥이 하나만 있으면 버틸 수 있어. 루시에겐 그런 기둥이 생긴거야. 친구이자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비밀이 생겼어. 이미 포기한 삶이지만 다시 생애의 이유가 생긴거야.
류지킬은 루시에게 유달리 선을 긋는 느낌이 강해. 이런 여자들은 상류층으로서 가까이해선 안 될 존재니까. 명함을 줬지만 진짜 찾아올 줄은 몰랐을테고, 친구가 필요하다고 그냥 예의상 던진 말을 진짜 받아들일 줄은 몰랐을거야. 루시 입장에선 이 모든 일들이 처음이라 그저 설레이기만 했을테고. 루시는 배운 것이 몸의 언어이기 때문에 당신에게 호감이 있어요, 표현하기 위해서 손등에 입을 맞추고 입술을 가까이 해. 그리고 지킬과 첫입맞춤을 나누지. 류지킬은 더 이상은 안된다며 잘 가라는 인사를 해. 그리고 뒤돌아서면서 입술을 자꾸 만져. 어디선가 느껴본 감촉이야. 익숙한 입술의 느낌. 하이드로서 루시와 관계할 때 몸에 남았던 감각들이 살아나. 그리고 조금 혼란스러워하며 퇴장해. 루시는 이미 지킬을 사랑하게 되어버렸고, 하이드는 루시가 지킬을 사랑할수록 더 그녀를 괴롭히고 집착하고 맘대로 가지고 놀았을거야. 지킬의 위선적인 모습에 벌을 내리려고.
*“위선자 위선자 위선자!!!”
류하이드는 스스로를 필요악으로 인정해. 다크나이트 속의 조커처럼, 스스로를 정의의 사도라고 부르고 세상의 모든 위선자들을 파괴하려고 해. 스스로에게 파괴와 죄악의 명분을 제공하는 거지. 일단 지킬에게 상처를 주었던 이사회 인간들부터 시작해. “더럽고 성욕에 가득한 위선자 주제에 감히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사탄의 종이라며 비난을 했겠다? 진짜 사탄이 뭔지 보여주지.” 하는 느낌이야. 스스로도 신나고 즐기며 살인을 해. 그 이름하여 에드워드 하이드, 할 때 성호를 자뭇 엄숙하게 긋는 디테일이나, 악의 힘이 날 충동질 해 하며 기름을 뿌릴 때 진짜 자기도 즐거워하며 느끼는 표정들도, 진짜 본인이 미쳐서 즐기고 있다는 걸 확연히 보여줬어.
*”난 평온해,.. 아주 좋다고!!!!”
하이드는 끝내 지킬에게 상처를 주었던 이사회 모두를 죽여. 헨리도 함께 갔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댄버스의 말을 들으며 하이드는 얼마나 비웃었을까. 중간에 비셋 약방에 들렀다가 퇴장할 때 광기어린 웃음을 지어. 이미 하이드는 통제 불능 상태인거야. 의사인 지킬의 몸을 이용해서 하이드는 피해자들이 소리도 못지르고 목숨을 잃게 만들어.
*”원한다면.. 찾을테죠. 내가 있는 곳..”
개인적으로 지킬이 찾던 답은 엠마라고 생각해. 정답은 생각보다 늘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거든. 지킬은 엠마 앞에선 한 번도 하이드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그정도로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고 의지한다는 뜻이지. 지킬이 자신에게 실험을 시작한 뒤로 한 번도 그녀를 찾아가지 않은 건 그런 그녀를 지키고 보호해주기 위해서였어. 엠마의 꿈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지킬 자신도 더 괴로웠을거야. 류지킬은 원서폰 내내 엠마와 눈도 못마주치고 괴로워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려움에 떨며 부탁해. 자기를 떠나지 말라고. 자기를 버리지 말라고.
어터슨이 찾아올 때 지킬은 이미 하이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야.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말아!!”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숨을 내쉬어. 그리고 자기도 놀라서 세상에.. 라고 되뇌어. 아직 어터슨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몰라. 그래서 지킬은 어터슨도 자신을 떠날까봐 무서워해. 하지만 악의 화신 하이드조차 자신의 진짜 모습이니까 스스로 껴안아야 하고, 스스로 시작한 일이니 스스로 끝을 내야만 하는 운명이 지킬에겐 너무 가혹하고 잔인하게 느껴져.
*“그이의 눈에서 힘들었던 지난 날을 지우네.”
내가 지킬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가 In his eyes 야. 선율도 아름답고 가사도 너무 좋고. 두 여자의 사랑 고백이라는 점도 너무 좋고. 소냐 루시는 엠마의 가사도 자기 말처럼 행복해하고 웃고 꿈꾸는 표정이었어. 지혜엠마와 소냐루시 합 정말 좋더라.
*”나는 지금 어디 헤매이고 있나, 나도 몰랐던 나.”
루시는 위선적인 남자들을 싫어했어. 처음에는 신사인 척 다가왔다가 짧은 한 순간만 사랑하고 자기를 떠나버리는 남자들이 많았을거야. 신물이 났겠지. 하지만 하이드는 달라. 처음부터 스스로의 본능을 따라 자기를 사랑해주고 전혀 자신을 숨기지 않아. 게다가 루시 안에 잠재된 또 다른 본능까지 하이드는 일깨워줘. 여느 귀족들과는 다른 솔직한 모습에 처음엔 하이드에게 끌리는 점도 있었겠지만, 하이드는 이기적이야. 오로지 본인이 원할 때만 루시를 찾지. 점점 관계는 위험해져. 류하이드 쏘루시 성량대결도 좋고, 끈적끈적한 분위기도 잘 살더라.
*”내가 살아가야 할 인생.”
쏘냐 루시의 뉴라잎은 사랑과 꿈에 대한 체념이 강하게 느껴져. 새로 시작하겠다는 느낌보다는 슬픔이 강하더라. 억지로 자신을 일으키려고, 난 떠나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느낌이었어. 짐을 챙기는것도 싫은 일을 한다는 느낌이었고. 뉴라잎은 언제 들어도 참 슬픈 거 같아.
*”인자함 친절함 몰랐던 느낌 그녀는 어울려. 사랑에 빠질 것 같아 난 나른해져!”
지킬은 끝까지 루시를 보호하려고 도망치라고 알려줘. 하지만 하이드는 그걸 비웃기라도 하듯이 바로 루시에게 찾아가. 2011-2012 시즌엔 류하이드가 지킬의 편지를 읽으면서 “속히 떠나시오. 부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미친놈….” 이라고 비웃던 디테일이 있었는데 이번 시즌엔 아직 한 번도 못들었네. 루시를 지키려는 지킬을 비웃듯이 의미심장하게 “넌 아무데도 못가…” 라고 낮게 말하던 디테일이 기억에 남네. 선량함, 상냥함, 따뜻한 손길 하면서 칼을 빼들고 희미하게 웃더니 인자함, 친절함 하면서 찌르고는 그녀는 어울려 하면서 목 긋는 걸로 마무리. 그리고 사랑에 빠질 거 같아 난 나른해져, 류하이드 이 부분 옥타브 올려서 부르는 디테일 좋아. 승리감에 잔뜩 도취돼서 미친듯이 웃고는 게임은 끝났어 지킬, 내가 이겼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야. 그리고 지킬에게 이건 니가 한 짓이야 라는 걸 일깨워주려는듯이 바로 그자리에서 하이드는 도망가버려. 핏자국도 안남은 하이드의 털코트를 루시에게 덮어씌우고 류지킬은 현실을 부정하며 도망가. 그리고 아버지 초상화 앞에 서지.
*”그럼, 지옥에서 만날까 지킬?”
지킬은 잔뜩 약이 올랐어. 그리고 하이드를 향해 분노해. 넌 악일 뿐이며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허상일 뿐이라고 각인시켜. 하지만 하이드는 지지 않아. 내가 아니라 껍데기인 니가 한 짓이라고 오히려 지킬을 다그쳐. 하이드는 지킬이 못했던 일들을 대신 해주는데 내가 뭘 잘못했냐며 지키킬을 논리로 이겨버려. 난 살아 영원히 니 안에, 아니야 사탄의 이름으로, 아니야! 이 부분은 오히려 하이드보다 아니야!! 라고 대꾸하는 지킬이 더 악해보여. 그래서 어느 쪽이 진짜 악인지 관객들로 하여금 헷갈리게 만들고, 컨프롱 넘버가 진행 되면서 어느 순간 지킬과 하이드 단 두 인격이 아니라 제 3의 인격처럼 보이기도 해.
*”헨리.. 당신이라는 거 알아요. 당신은 날 절대 아프게 하지 않아요.”
위선자 지킬은 끝내 결혼식까지 왔어. 이 결혼을 반대하는 사람은 지금 말하거나 아니면 끝까지 침묵을 지키라는 신부의 말에 하이드는 반대 의사를 표명해. 하이드인 자신을 감추고, 하이드로부터 엠마를 지키려 했으면서, 이 상태로 엠마와 결혼하겠다고? 하면서. 게다가 루시의 일까지 엠마한테 숨기고 평생을 기약하겠다고? 하이드는 그런 위선적인 모습의 지킬도, 또 스스로도 용서하지 못해. 게다가 하이드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았어. 자신과 엠마를 질투했던 연적 스트라이드를 제거하는 일. 그런 하이드의 모습을 보며 엠마는 놀라지만 지킬을 믿기에, 하이드의 모습까지 헨리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보듬어. 그리고 그 순간 하이드는 사라져. 여기서 나는 지킬이 답을 찾았다고 생각해. 결국 하이드를 통제할 방법을 찾은거잖아. 하지만 류지킬은 스스로에게 심판을 가해. 공개적으로 하이드를 들킨 이상, 정상적으로 의사로서의 삶을 이어갈 수 없고, 자신이자 하이드를 심판대에 세워서 처벌을 가해.
개인적으로 이 날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얼랖 2와 웨딩 씬에서 하이드에게 사로잡혔을 때 엠마의 대사였어. 살인을 장난처럼 즐기던 하이드가, 엠마가 자신의 모습을 인정해주자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추고 사라지던 모습. 지혜 엠마는 그토록 사랑했던 지킬이 자신의 목을 졸라오지만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고 팔을 쓰다듬으면서 헨리, 당신이라는 거 알아요. 하면서 하이드를 보듬어. 이 순간 나까지 감동받았어. 뭔가 엠마에게 이해받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거든. 그 순간 하이드는 통제력을 잃어버리게 되는거지. 어쩌면 하이드가 가장 필요로 했던 건, 자신을 인정해주는 거, 그리고 관심 아니었을까. 의외로 간단한 답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라는 생각도 들더라.
류-지혜-쏘냐 조합은 전체적인 음색 밸런스도 굉장히 좋았고 의외로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류-지혜 연기 노선 합이 좋았어. 숨기는 것 많은, 성숙한 지킬과 어리고 당돌하고 순수한 엠마
*141211 류정한 린아 조정은
류하이드는 어제 분노와 광기도 존재했지만 평소보다 외로워하고 상처 받은 느낌이 유난히 부각됐어. 이사회 때 이사들이 한마디씩 하면서 “당신의 실험은 절대 불가” 라고 거절할 때, 류지킬은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 해, 분명 지킬은 거절과 압박에 대해서 상처를 받은거야. 그 상처 자체가 하이드화 된 느낌이었어.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선 지킬의 속성인 의지와 강함도 느껴졌고 하이드의 속성인 광기와 나르시즘이 보였어. 어쩌면 류지킬이 이야기 하는 “당신이 날 버리고 저주하여도”의 “당신”의 주체 속에 아버지도 포함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분명 지킬의 인격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개입한 건 아버지였을거야. 아버지는 상류층으로서 지켜야 할 법규, 규범, 도덕, 에티켓을 가르쳤겠지.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지킬은 그런 사회의 지나친 압박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 상처를 가장 많이 준 건 아마도 성장과정에서의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싶고. 류지킬은 무척 엄하고 단호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듯 했어. 항상 모범적이고 오바르고 완벽해야 하는 존재, 헨리 존 알버트 지킬, 그런 아들의 모습을 아버지는 강요하지 않았을까.
그런 모습은 지킬이 루시를 대면하는 장면에서 잘 나타났어. 명함 건넬 때 난 당신이 아는 그런 부류의 남자가 아니오, 하는 경계의 눈빛이 강해. 명함을 주려다 “내 말은 그냥 친구” 할 때 살짝 명함을 손 뒤로 빼면서 오해하지 마시오., 내 말은 그냥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라는 느낌이 들고. 이때 류지킬 손목 스냅이 수준급이던데? ㅋㅋㅋ 명함 좀 줘본 사람 같았어. 그리고 루시가 찾아왔을 때 진짜 예상치 못한 것 처럼 놀라는 것도 좋고. 루시랑 입맞추고 나서 입술을 자꾸 만져보는 디테일도 좋고.
역시 얼라이브2에서 “악의 힘이 날 충동질해” 부분에 미친듯이 웃으면서 기름 붓는 디테일은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생각나게 해. 세상의 모든 위선자들을 처벌하는 필요악, 에드워드 하이드라는 느낌이 확 살아나거든.
떠나려는 루시의 방에서 돈 보자마자 인상을 써. 이 돈 어느 놈이 준거야, 나 말고 어느 놈이야, 이런 일종의 소유욕도 느껴지고. 루시가 지킬을 사랑할수록 하이드는 루시를 더 괴롭혔을거야. 위선적인 지킬의 모습에 화가 나서. 지킬의 편지를 읽으면서 “속히 떠나시오… 부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놈ㅋㅋㅋㅋㅋㅋ“ 하고 비웃어. 2011-2012 시즌때는 단순히 지킬을 비웃는 것 같았는데 어제 하이드는 스스로를 비웃었어, 확실히. 어차피 자기는 버려져야 할 존재고, 외로워야 할 존재고, 지킬의 거울에 비친 일종의 이미지일 뿐이니까. 그래 내 운명이 이렇지, 하면서 자조섞인 웃음을 지어. 루시 부를 때 쭈쭈쭈 하면서 애견 다루듯 부르는 디테일도 좋고. 가까이 가까이 더 가까이 하면서 점점 사악해지는 표정도. 선량함, 상냥함 하면서 루시 아끼듯이 쓰다듬다가 칼 빼드는 디테일도 좋고. 루시 죽이고 나서 칼에 묻은 피 손으로 훑어서 입술 가까이 대는 디테일도 정말 조커같았어. 그리고 엠마가 하이드에게 “헨리, 당신이라는 거 알아요.” 하자마자 괴로워하다가 슬퍼해. 그리고 하이드는 감동했는지 슬퍼서인지 자제력을 잃고 지킬로 돌아와, 그 말 한마디에 하이드 표정에 수만가지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어. 난 지킬이 아니야, 세상에 날 인정해주다니, 제기랄 지킬 내가 졌어, 등등.
하이드가 루시를 죽인 것도 지킬이 지시한 내용인 것 같이 느껴져. 루시가 다른 곳으로 떠나서 지킬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면 지킬의 삶에 방해가 되니까. 상류층 남자가 저런 술집 여자를 가까이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안되니까. 지킬은 완벽해야 하거든. 그래서 지킬은 하이드의 몸을 빌어 그런 빌미를 제거해버린거야.
류지킬의 컨프롱에서 하이드가 언성을 높이는 부분은 “이건 꿈이 아냐! 절대로! 나는 널 위해 있어” 이 부분 뿐이거든. 그런데 지킬은 점점 괴로워하고 더 약올라하고 더 악에 받쳐서 소리를 질러. 나중엔 지킬이 더 악해 보이는 효과가 생기더라. 마지막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세 번 할 때 조명 바뀌는 거에 따라서 ‘지킬-하이드-지킬’로 변해서 외치는 디테일 좋더라.
린아 루시 넘버 소화 정말 괜찮더라. 다른 후기들 보니까 어제가 좀 가라앉은 거라고 하던데, 처음 본 내가 느끼기에 루시 라는 캐릭터 치고 너무 밝아 보였어. 술집과 무대에서 춤추는 일을 즐기는 듯한 느낌도 들고. 하지만 딱 한 부분 기억에 남는 디테일이, 킬더루시 씬에서 있었어. 하이드가 나타나자 그래 난 못떠나지 하면서 체념하다가 하이드가 선량함 상냥함 노래 하자마자 눈빛이 흔들려. 그리고 순간 하이드를 지킬로 인식해. 그리고 편하게 하이드 팔에 기대더라. 순수하게 웃으면서. 그리고 전혀 예상 못한 것 처럼 칼에 찔려서 놀라. 하이드를 지킬로 인식하는 디테일 자체에 많이 놀랐어. 막공쯤 디테일은 또 어떻게 바뀔지 기대가 되더라.
정은엠마는 약혼식때 아버지가 지킬이랑 살짝 갈등하니까 뒤돌아서 걱정하고 괴로워하는 표정 좋았어. 그리고 지킬을 보자마자 장난스럽게 웃는 표정 연기도 정말 좋고. 원서폰 때 지킬 보듬는 손길도 정말 따뜻했고. 웨딩 씬에서 헨리, 당신이라는 거 알아요 하면서 하이드 팔 도닥이는데 대사 톤도 따뜻하고 내가 위로받고 이해받는 느낌이 들었어.